Loading Content...

Cloud.choi Instagram Photos and Videos

Loading...


cloud.choi 최성운 @cloud.choi mentions
Followers: 289
Following: 273
Total Comments: 0
Total Likes: 0

내가 할 수 있는 일 - 2 검색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과 쉼터를 제공하는 여러 단체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 하는 기부인만큼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었다. 한국여성의전화를 선택한 ...
Media Removed
내가 할 수 있는 일 - 2 검색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과 쉼터를 제공하는 여러 단체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 하는 기부인만큼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었다. 한국여성의전화를 선택한 이유는 여성인권영화제를 비롯한 활동 방향에 동의하는 것 외에도, 그곳에서 진행한 여성폭력 인식개선 캠페인의 슬로건이 깊게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그렇다, 사소하게 넘길 수 있는 폭력은 없는 것이다. 몰랐던 사실이지만 마침 내일(3월 8일)이 여성의 날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10만원을 기부할 생각이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 내가 할 수 있는 일 - 2

검색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과 쉼터를 제공하는 여러 단체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 하는 기부인만큼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었다. 한국여성의전화를 선택한 이유는 여성인권영화제를 비롯한 활동 방향에 동의하는 것 외에도, 그곳에서 진행한 여성폭력 인식개선 캠페인의 슬로건이 깊게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그렇다, 사소하게 넘길 수 있는 폭력은 없는 것이다. 몰랐던 사실이지만 마침 내일(3월 8일)이 여성의 날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10만원을 기부할 생각이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나름 상징적인 숫자이니까. 그러다 마지막 순간에 고민이 들었다. 나는 지금 소득이 없으니, 5만원만 내도 괜찮지 않을까. 5만원이면 3일치 생활비인데. 물론 10만원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5만원이 나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금액도 아니다. 나의 소소한 행복과 타인의 거대한 불행 사이에서 오는 갈등을 나는 이제서야 경험하는 중이었다. 결국 이번에 내지 못한 5만원은 다음에 또 내기로 다짐한 끝에 결제 버튼을 눌렀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인터넷에서는 2차 가해에 가담하는 사람들과 그에 대해 반박하는 사람들의 대립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내가 낸 돈으로 인해 누군가가 편안히 잠에 들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도 않았다. 그래도 기분은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최소한 이 글을 쓰는 정도는 스스로에게 허락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랬다.

내가 그리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한 번의 기부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으며, 또는 그런 착각에 빠져서도, 이번 일이 나의 부채감을 일시적으로 씻어내려는 시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안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이니까. 아직도 홀로 고통을 감당하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으며, 그들의 불면의 밤은 더욱 길어질 테니까.

기부가 피해자들을 돕는 유일한 방법인 것도 아니다. 주변에서 목격한 성폭력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게 더 필요한 일일 것이고, 집회에 나가 목소리를 냄으로써 지지를 표명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일일 것이다. 다만 소극적으로나마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기부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기부로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적어도 나의 경험에 따르면, 기분은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서.
Read more
Loading...
내가 할 수 있는 일 - 1 끊임없이 이어지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한 달 내내 지독한 무기력감에 잠겨 있었다. 내가 타인의 고통에 특히 민감한 사람이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
Media Removed
내가 할 수 있는 일 - 1 끊임없이 이어지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한 달 내내 지독한 무기력감에 잠겨 있었다. 내가 타인의 고통에 특히 민감한 사람이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분노하고 또 좌절했다. 누군가는 용기를 내어 자신이 입은 상처를 이야기했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그동안 가해자 내지는 방관자의 입장에서 살아온 시간들이 떠올라서, 어떤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위선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 그랬다. 그저께는 김지은 씨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동안 마음이 괴로워질 것 같다는 ... 내가 할 수 있는 일 - 1

끊임없이 이어지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한 달 내내 지독한 무기력감에 잠겨 있었다. 내가 타인의 고통에 특히 민감한 사람이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분노하고 또 좌절했다. 누군가는 용기를 내어 자신이 입은 상처를 이야기했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그동안 가해자 내지는 방관자의 입장에서 살아온 시간들이 떠올라서, 어떤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위선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 그랬다.

그저께는 김지은 씨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동안 마음이 괴로워질 것 같다는 핑계로 피해자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시청하지는 않았었는데, 한때나마 안희정에게 호감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이번만큼은 봐야 할 것 같았다. 손석희 앵커의 첫 질문에 선뜻 입을 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그분이 느끼고 있을 중압감이 내게도 전해져 오는 듯했다. 앞에는 손석희 앵커가 앉아 있고, 왼쪽에서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지금 내가 하는 말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는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있을 것이다. 무서워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아니다. 나는 결코 김지은 씨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성폭력의 피해자였던 적도, 위협을 느껴본 적도 없으니까. 아마 앞으로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내가 느꼈다고 착각한 두려움은 김지은 씨 본인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크기에 불과하며, 내가 피해자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 우습게도 나는 당연한 사실을 핑계 삼아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김지은 씨가 오늘 밤은 두려움 없이 푹 잘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글을 읽었다.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왜 한 번도 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을까. 군대에서 나는 불면증과 약간의 공황 증세를 겪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지금 눈을 감으면 내일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누군가가 나에게 위해를 가하고 말 것 같은 기분. 피해자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불면의 밤에 시달렸을까. 불안과 공포, 원망과 자책에 휩싸인 그들의 밤은 얼마나 길게 느껴졌을까.

무언가라도 하고 싶었다. 그들이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도록 조금의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비록 영구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해도, 단 하루만이더라도.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음악가였다면 노래를 만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화가였다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재능이 없었다. 그나마 조금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있다면 글쓰기인데, 그렇다면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위로한다고, 공감한다고, 응원한다고? 그렇게 쓰여진 글은 정말 피해자들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을까. 스스로 무언가를 했다는 얄팍한 만족감만 남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글쎄, 나는 정말 아무런 글도 쓸 수가 없었다.

그때 기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왜 이제서야 떠올랐는지 의아할 정도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나는 지금껏 사회단체에 기부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늘 여유가 없으니 다음에, 다음에 하며 미루어두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유명인들이 기부에 동참했다는 기사를 읽는 순간에도, 내가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떠올리지 못할 만큼 깊숙이 묻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직접 도울 수 없다면 대신 그렇게 하는 이들을 도우면 된다는 간단한 논리에 도달하기까지는 꽤나 긴 시간이 필요했다.
Read more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괜찮으니까 같이 앉아서 얘기를 하고 싶다. 이 장면이 좋았다고, 이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난 엔딩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데 ...
Media Removed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괜찮으니까 같이 앉아서 얘기를 하고 싶다. 이 장면이 좋았다고, 이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난 엔딩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떠냐고 묻고 싶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게 만들 수 있을까. 어제 나는 어떤 글이라도 쓰겠다고 적었는데,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수입사에서 “디즈니월드 보다 신나는 무지개 어드벤처!” 같은 (실제와 동떨어진) 카피를 붙인 의도가 일견 이해가 갔다. 하지만 이 영화가 온당하게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진실을 말하는 게 곧 최선일 테다. 포스터처럼 ...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괜찮으니까 같이 앉아서 얘기를 하고 싶다. 이 장면이 좋았다고, 이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난 엔딩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떠냐고 묻고 싶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게 만들 수 있을까. 어제 나는 어떤 글이라도 쓰겠다고 적었는데,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수입사에서 “디즈니월드 보다 신나는 무지개 어드벤처!” 같은 (실제와 동떨어진) 카피를 붙인 의도가 일견 이해가 갔다. 하지만 이 영화가 온당하게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진실을 말하는 게 곧 최선일 테다.

포스터처럼 사랑스러운, 보고 나면 행복해지는 영화는 절대 아니다. 아슬아슬하게 마음을 조여오는 순간이 더 많다. 그렇다고 마냥 가라앉기만 하는 영화도 아니다. 분명 그곳에는 아이들이 있고, 아이들만이 낼 수 있는 어떤 활력이 있다. 그리고 영화가 가진 태도.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쉽게 연민하지 않는다. 판단하지도, 제시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다만 천진한 아이의 목소리로, 방금 목격한 삶에 대해 생각할 것을 요구하고 다그친다. 어제 극장에서는 엔딩 크레딧이 전부 올라갈 때까지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우선은 긴 글을 하나 쓸 생각이다. 많은 사람에게 읽히지도 않을 거고,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겠지만- 지금껏 쓴 어떤 영화 글보다도 잘 쓰고 싶다. 부디 언젠가 그 글을 읽어주면 좋겠다.

#floridaproject
Read more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어떤 글이라도 쓰겠다, 진심으로. #floridaproject
Media Removed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어떤 글이라도 쓰겠다, 진심으로. #floridaproject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어떤 글이라도 쓰겠다, 진심으로. #floridaproject
계절학기가 종강한 지 3주가 지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 밖으로도 나가지 않았다. 작은 방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잠을 아주 오래, 많이 잤다. 잠들었다가 깨어나 ...
Media Removed
계절학기가 종강한 지 3주가 지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 밖으로도 나가지 않았다. 작은 방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잠을 아주 오래, 많이 잤다. 잠들었다가 깨어나 휴대폰을 보고, 다시 휴대폰을 손에 쥔 채로 잠들기를 반복했다. 요일의 구분은 사라졌고 밤낮의 교대만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마저도 빛이 줄어들 때 눈을 떠서 다시 환해지기 시작할 때 눈을 감았다. 일주일 정도는 아팠다. 감기가 독했다. 제대로 먹은 것도 없는데 몸이 무거워서 일으킬 수가 없었다. 한 친구는 무너진 생활 패턴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진 게 이유일 거라고 추측했다. ... 계절학기가 종강한 지 3주가 지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 밖으로도 나가지 않았다. 작은 방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잠을 아주 오래, 많이 잤다. 잠들었다가 깨어나 휴대폰을 보고, 다시 휴대폰을 손에 쥔 채로 잠들기를 반복했다. 요일의 구분은 사라졌고 밤낮의 교대만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마저도 빛이 줄어들 때 눈을 떠서 다시 환해지기 시작할 때 눈을 감았다.

일주일 정도는 아팠다. 감기가 독했다. 제대로 먹은 것도 없는데 몸이 무거워서 일으킬 수가 없었다. 한 친구는 무너진 생활 패턴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진 게 이유일 거라고 추측했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원래 일 년에 두 번 감기에 걸린다. 이번이 그중 한 번이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잠드는 일뿐이었다.

자고 있지 않을 때는 컴퓨터를 했다. 유튜브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 영상을 봤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배틀그라운드도 처음 해보았다. 하고 나면 어떤 생각도 남지 않는 일들을 무엇보다 맹렬하게 해냈다. 즐거웠기 때문이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어느샌가 나는 자괴감을 느끼지 않는 방법을 터득했나 보았다. 아니면 그냥 게을러졌거나.

한 가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었다. SNS에 올릴 한 줌의 글조차도. 한 달쯤 전 소소한 글쓰기 모임에 참여해보겠냐는 제안을 받았더랬다. 2주가 지나 첫 모임에 나갔다. 주제를 이것저것 떠올려보다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열었다. 하얗게 뜬 화면 앞에서 아무런 문장도 떠오르지 않았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을 해야 한다. 나는 그곳에서부터 실패였다. 다시 2주가 지나 두 번째 모임에 나갔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쓰지 않은 상태였다. 써야겠다가 아닌 쓰고 싶다였더라면 결과가 달랐을까.

사실은 쓰고 싶은 글이 하나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시간에 주로 뉴스를 읽었다. 네이버 메인에 올라온 기사들을 섹션별로 주욱 훑었다. 스포츠면, 연예면, 정치면 그리고 사회면. 사회면을 장식한 제목들의 절반은 슬프고 불행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정작 내 일이 바쁠 때는 세상일에 신경도 쓰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 세상의 불행을 혼자서 전부 목격한 듯한 착각에 빠졌다. 힘이 쭉 빠졌다. 수많은 불행 앞에서 나는 가만히 멈춰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모두가 나처럼 멈춰있기만 한 건 아니었다. 자신이 감내해야 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덕분에 나도 무언가를 보태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도 언어도 자꾸 정돈이 되지가 않았다. 헛바퀴를 도는 듯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용기 아래에 조그만 받침이라도 괴어놓고 싶었는데, 계속해서 실패였다.

시간은 강처럼 흘렀다.

언제부턴가 시간을 자원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낭비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비움 또는 재충전과 같은 단어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다음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도약대와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나의 시간은 그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흑백 가운데의 회색조차도 아니었다. 차라리 무색의 지대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모든 시간이 의미를 지닐 수는 없다는 사실을, 차분히 3주를 흘려보낸 다음에야 깨달았다.

오늘은 알람을 맞추지 않았는데 8시에 눈이 떠졌다. 아침을 걸어다니는 건 상쾌한 일이었다. 어째서 날씨도 조금 풀린 것 같았다.
Read more
0. 오프라인에서 몇 번 자랑하기는 했지만, 기록으로도 남기고 싶어서. 연극 <원더풀 라이프>를 보러 와주신 모든 분이 고마운 관객이시지만, 막공에는 조금 특별한 손님이 한 분 더 계셨다. ...
Media Removed
0. 오프라인에서 몇 번 자랑하기는 했지만, 기록으로도 남기고 싶어서. 연극 <원더풀 라이프>를 보러 와주신 모든 분이 고마운 관객이시지만, 막공에는 조금 특별한 손님이 한 분 더 계셨다. 이동진 평론가님. 1. 3년 전 왓챠에서 근무할 때, 내가 이동진 평론가의 담당 직원이었다. 당시 공식 계정을 개설하는 건으로 처음 찾아뵈었고, 이후에 몇 번 통화로 왓챠 웹 버전의 기능을 설명해드리기도 했고, 오프라인에서 한 번 더 뵙기도 했다. 2. 내가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보게 된 것도 이동진 평론가의 영향이 컸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어서, ... 0. 오프라인에서 몇 번 자랑하기는 했지만, 기록으로도 남기고 싶어서. 연극 <원더풀 라이프>를 보러 와주신 모든 분이 고마운 관객이시지만, 막공에는 조금 특별한 손님이 한 분 더 계셨다. 이동진 평론가님.
1. 3년 전 왓챠에서 근무할 때, 내가 이동진 평론가의 담당 직원이었다. 당시 공식 계정을 개설하는 건으로 처음 찾아뵈었고, 이후에 몇 번 통화로 왓챠 웹 버전의 기능을 설명해드리기도 했고, 오프라인에서 한 번 더 뵙기도 했다.
2. 내가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보게 된 것도 이동진 평론가의 영향이 컸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어서, 언젠간 봐야지 하고 기억해두었었다. 물론 연극으로 각색하기로 결심한 건 또다른 이야기이기는 하다.
3. 막 포스터가 완성되고 SNS에 올릴 글을 고민할 무렵, 문득 이동진 평론가가 이 연극을 보러온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좋아하는(동시에 대한민국 최고의) 평론가가 내 연극을 보러 온다. 말도 안되는 소리 같지만- 나는 그런 걸 좋아하니까. 거절당할 경우는 나중에 생각해도 괜찮다. 한 번 해보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메일을 썼다. 정중하고 공손하게, 간절하면서도 너무 아마추어 같지는 않게. 살짝 오버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메일 아랫부분에 각색 방향에 대해서도 짧게 덧붙인 뒤 전송 버튼을 눌렀다.
4. 첫 이틀 동안은 답장이 없었다. 하긴 원래 바쁜 분이었고, 3년 전보다도 더 바쁘실 테니 당연한 일이지.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셋째 날에 혹시나 하고 메일 탭을 클릭해보았다. 안녕하세요 이동진입니다 라는 글자가 순간 눈에 들어왔고- 그 뒤의 일은 생략한다. 전문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내용이 아주 따뜻했다는 것만 적어두겠다.
5. 그렇게 막공 날이 되었다. 혹시 폐가 될까봐 동아리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나 스스로도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다. 길을 잃었다는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악수. 사실 그날 저녁은 내게 희미한 잔상으로만 남아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두 시간이 흘렀고, 나는 연출 소감을 망쳤고, 찾아와준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느라(그마저도 성실히 못했지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먼저 내려와 악수를 청해주신 것, 그리고 잘 봤습니다- 라고 말씀해주신 것은 똑똑히 기억난다.
6. 여기까지가 작년의 이야기다. 그리고 참 우연하게도, 연초에 <원더풀 라이프>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연하게도 이동진 평론가가 진행하는 라이브톡이 열릴 예정이었다. 예매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한 시간에도 몇 번씩 CGV를 새로고침하기는 했지만, 결국 취소표 한 장을 구해서 다녀올 수 있었다.
7. 여러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나름 2차 창작자로서) 공감이 가는 이야기도 있었고, 한참 허공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반성하는 마음에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 시간이 좋았던 이유는, 그 분이 영화에게 가진 애정이 현현히 느껴져서인 것 같다. 내 창작물에 대해서도 누군가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고민하고 이야기해줬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날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계속 만들어내는 연습을 해야겠다.
Read more
Loading...
1월 1일 저녁의 녹두 #하나는슈퍼문
Media Removed
1월 1일 저녁의 녹두 #하나는슈퍼문 1월 1일 저녁의 녹두 #하나는슈퍼문
2017년을 정리할 수 있는 + 예전에 올린 적 없었던 사진을 찾다가, 적절한 걸 발견했다. 연말정산 글 하나 쓰지 못할 만큼 마지막까지 정신없고 바쁘게 지나간 한 해였지만, 하고 싶었던 일들 마음먹은 ...
Media Removed
2017년을 정리할 수 있는 + 예전에 올린 적 없었던 사진을 찾다가, 적절한 걸 발견했다. 연말정산 글 하나 쓰지 못할 만큼 마지막까지 정신없고 바쁘게 지나간 한 해였지만, 하고 싶었던 일들 마음먹은 대로 다 해서 좋았다! 내 기준에서 이 정도면 정말 행복했던 거다ㅎㅎ 2018년에는 하기 싫은 일도 더 많이 해야 될 것 같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적어도 지금은 기분 좋게 새해를 맞이하는 중이다. 함께 해준 사람들 공간들 영화들 모두 고맙습니당 :) 2017년을 정리할 수 있는 + 예전에 올린 적 없었던 사진을 찾다가, 적절한 걸 발견했다. 연말정산 글 하나 쓰지 못할 만큼 마지막까지 정신없고 바쁘게 지나간 한 해였지만, 하고 싶었던 일들 마음먹은 대로 다 해서 좋았다! 내 기준에서 이 정도면 정말 행복했던 거다ㅎㅎ 2018년에는 하기 싫은 일도 더 많이 해야 될 것 같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적어도 지금은 기분 좋게 새해를 맞이하는 중이다. 함께 해준 사람들 공간들 영화들 모두 고맙습니당 :)
Loading...
종강을 맞아 교보문고에서 책 열 권을 주문했다. 읽고 싶었던 책들을 한 권씩 담다보니 어느새 한국 여성작가 특집이 되어 있었다. 이왕 사는 김에 열 권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소설만 ...
Media Removed
종강을 맞아 교보문고에서 책 열 권을 주문했다. 읽고 싶었던 책들을 한 권씩 담다보니 어느새 한국 여성작가 특집이 되어 있었다. 이왕 사는 김에 열 권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소설만 고른 것 같길래 마지막으로 시집도 한 권 추가했다. 그리고 목포에서 소포가 하나 도착했다. 갈색 포장지 위로 노란색 테이프가 군데군데 붙여져 있었다. 확실히 숙련된 솜씨는 아니었다. 들어있는 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에세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겉장을 펴니, 책을 읽으면서 내 연극 소감이 겹쳐보였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누군지 몰라도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사실 ... 종강을 맞아 교보문고에서 책 열 권을 주문했다. 읽고 싶었던 책들을 한 권씩 담다보니 어느새 한국 여성작가 특집이 되어 있었다. 이왕 사는 김에 열 권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소설만 고른 것 같길래 마지막으로 시집도 한 권 추가했다.
그리고 목포에서 소포가 하나 도착했다. 갈색 포장지 위로 노란색 테이프가 군데군데 붙여져 있었다. 확실히 숙련된 솜씨는 아니었다. 들어있는 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에세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겉장을 펴니, 책을 읽으면서 내 연극 소감이 겹쳐보였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누군지 몰라도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사실 이 사진을 찍으려고 간만에 대청소를 했다. 집안 곳곳에 널브러져 있던 잡동사니를 모두 치우고, 깨끗해진 책상 위에 열 권의 책과 한 권의 책을 올려놓았다. 이번 학기 내내 끄집어내기만 하느라 속이 텅 빈 느낌이었는데, 방학 동안 책 읽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내일 계절 개강이라는 사실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Read more
12/13 창조성.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더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쓴다. 경험상 나의 창조성이 극대화되는 때는 시험기간이다. 더 넓게 정의해서 내가 하기 싫은 ...
Media Removed
12/13 창조성.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더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쓴다. 경험상 나의 창조성이 극대화되는 때는 시험기간이다. 더 넓게 정의해서 내가 하기 싫은 무언가를 할 때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이번 시험기간 동안 단편소설 두 개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이번 학기 전체가 그랬다. 나에겐 공부와 연극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고, 나는 모든 순간에 후자를 선택했다. 물론 연극에 대해 고민하는 자체로 즐겁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면 반대편 선택지에 대한 반작용은 아니었을까- 하고, 스스로 되물어보게 된다. 가끔 아름다운 ... 12/13

창조성.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더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쓴다.

경험상 나의 창조성이 극대화되는 때는 시험기간이다. 더 넓게 정의해서 내가 하기 싫은 무언가를 할 때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이번 시험기간 동안 단편소설 두 개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이번 학기 전체가 그랬다. 나에겐 공부와 연극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고, 나는 모든 순간에 후자를 선택했다. 물론 연극에 대해 고민하는 자체로 즐겁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면 반대편 선택지에 대한 반작용은 아니었을까- 하고, 스스로 되물어보게 된다.
가끔 아름다운 것(풍경, 예술 등)을 접하고 나서 미친듯이 글이 쓰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대개는 대상에 대한 해석 내지는 감상의 차원이라는 점에서 주제의 제한이 있다. 그러나 시험기간에는 생각이 닿는 범위 자체가 다르다. 농담 같지만 자면서 꾸는 꿈의 밀도도 다르다. 동일한 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창조성은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영역의 문제인 걸까.
가볍게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이지만, 나에겐 진지하게 예술을 업으로 삼겠다는 결심을 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예전과 같은 또는 그 이상의 창조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는 스스로가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무력감을 평생 견뎌낼 자신이 있는가. 친구는 이런 고민 자체가 오만하다고, 그렇다면 너는 그 일을 충분히 좋아하지 않는 거라고 말했다. 글쎄. 정말 그런 걸까.

12/18
종강을 12시간 앞둔 지금-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이게 도피로서의 창작이더라도 전혀 상관없다. 관리회계 같은 건 C를 받든 말든 대번에 던져버리고, 방학 동안 프리미어와 애프터이펙트를 배워서 꼭 만들어내야지. 언젠가 다시 윗 글에 적었던 내용을 떠올리며 침울해지는 날이 올 테다. 하지만 나는- 길게 접혀진 인생이 아니라 매번 펼쳐지는 순간을 살아야 하고, 지금의 나는 즐겁다. 그것으로 충분한지도 모른다.
Read more
원래 짧게만 적으려고 했는데, 쓸데없이 긴 글이 쓰고 싶어진 걸 보니 역시 시험기간이다. 매번 하는 생각 중 하나가, 나는 여름을 더 좋아할까 겨울을 더 좋아할까라는 것이다. 여름에는 겨울이 ...
Media Removed
원래 짧게만 적으려고 했는데, 쓸데없이 긴 글이 쓰고 싶어진 걸 보니 역시 시험기간이다. 매번 하는 생각 중 하나가, 나는 여름을 더 좋아할까 겨울을 더 좋아할까라는 것이다. 여름에는 겨울이 더 낫지, 겨울에는 그래도 여름이 더 낫지- 하고 생각한다. 바로 6개월 전에는 반대로 생각했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 어쩌면 진화가 잘 되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이날도 아마 겨울이 더 낫다는 생각을 했을 테다. 8월의 크로아티아는 숨막히게 더웠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수영을 하고 싶어질 정도였으니까. 인적이 드문 ... 원래 짧게만 적으려고 했는데, 쓸데없이 긴 글이 쓰고 싶어진 걸 보니 역시 시험기간이다.
매번 하는 생각 중 하나가, 나는 여름을 더 좋아할까 겨울을 더 좋아할까라는 것이다. 여름에는 겨울이 더 낫지, 겨울에는 그래도 여름이 더 낫지- 하고 생각한다. 바로 6개월 전에는 반대로 생각했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 어쩌면 진화가 잘 되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이날도 아마 겨울이 더 낫다는 생각을 했을 테다. 8월의 크로아티아는 숨막히게 더웠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수영을 하고 싶어질 정도였으니까.
인적이 드문 해변에 가방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었다. 카메라와 휴대폰이 파도로부터 안전할 정도의 높이를 쟀다. 누가 수풀을 헤치고 달려와 가방을 낚아채고 달려가지는 않을까 걱정도 들었지만- 바다에 들어가자마자 잊어버렸다.
시원함 이상의 차가움. 하지만 곧 익숙해졌다. 바닥은 다이빙을 할 수 있을 만큼 경사가 급했다. 발로 암초의 위치를 대강 파악해둔 다음,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갔다. 한참 헤엄을 치던 중에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물 속을 찍고 싶다. 필름으로 찍으면 어떤 색감이 나올까.
나는 이런 식의 유혹에 아주 약하다. 스스로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몸을 일으켰다. 가방에 지퍼백 하나가 있었다. 카메라를 켠 상태로 넣은 다음 지퍼를 닫았다. 뷰파인더를 보고 찍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한 손으로 입구를 잡고, 나머지 손으로 셔터를 아무렇게나 네 번 눌렀다. 물 속에서 두 번. 물 밖에서 두 번.
나중에 인화된 결과물을 보고서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초점은 당연히 나갔다손 치더라도, 무엇보다 내가 상상하던 푸른색이 아니었다. 겨우 이 정도를 위해서 카메라의 생명을 걸었다니.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리코는 그 뒤로 줄곧 빌빌대다가 여행이 끝날 즈음에는 고장나버렸다. 그리고 나는, 아직 카메라를 고치지 않은 채로 역시 여름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Read more
4개월만의 제주 그리고 종달리
Media Removed
4개월만의 제주 그리고 종달리 4개월만의 제주 그리고 종달리
Loading...
Loading...
Loading...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