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싸 브라질 서울 톰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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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경을 쓴다. 눈이 좋다. 딱히 안경을 쓸 이유는 없는데도 안경을 종종 쓴다. 그러니까 나는 ‘패션 안경'을 쓰는 사람이다. 얼굴형에 잘 맞는 안경은 필사적으로 수집하는 취미도 있다. 이베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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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경을 쓴다. 눈이 좋다. 딱히 안경을 쓸 이유는 없는데도 안경을 종종 쓴다. 그러니까 나는 ‘패션 안경'을 쓰는 사람이다. 얼굴형에 잘 맞는 안경은 필사적으로 수집하는 취미도 있다. 이베이를 뒤져서 60~70년대 생산된 ‘아메리칸 옵티컬'사의 안경을 수집한다. 요즘 내가 가장 아끼는 안경은 톰 브라운이 생산한 안경이다. 얼굴이 작고 미간이 좁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뿔테 안경이다. 이 안경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본 나는 동생에게 “넌 내 생일선물을 한 번도 사준 적이 없지 않니?”라고 문자를 보냈다. 결국 이 안경을 뜯어냈다. 다만 아시아인의 코로는 도저히 받칠 ... 나는 안경을 쓴다. 눈이 좋다. 딱히 안경을 쓸 이유는 없는데도 안경을 종종 쓴다. 그러니까 나는 ‘패션 안경'을 쓰는 사람이다. 얼굴형에 잘 맞는 안경은 필사적으로 수집하는 취미도 있다. 이베이를 뒤져서 60~70년대 생산된 ‘아메리칸 옵티컬'사의 안경을 수집한다. 요즘 내가 가장 아끼는 안경은 톰 브라운이 생산한 안경이다. 얼굴이 작고 미간이 좁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뿔테 안경이다. 이 안경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본 나는 동생에게 “넌 내 생일선물을 한 번도 사준 적이 없지 않니?”라고 문자를 보냈다. 결국 이 안경을 뜯어냈다. 다만 아시아인의 코로는 도저히 받칠 수 없는 디자인의 안경이라 안경점에서 코받침을 새로 만들어붙였다. 이것도 언젠가는 잃어버릴 것이 틀림 없다.
어느날 나는 병원을 갔다왔다. 약을 타오면 언제나 인터넷으로 약의 이름과 성분을 검색해본다. 의사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일종의 버릇이다. 그런데 도무지 약 표면에 쓰인 글자를 읽을 수가 없었다. 눈을 가까이 가져다댈수록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 몇 달 전만해도 이렇지 않았다. 아무리 깨알같이 쓴 글자라도 읽을 수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크게 확대했더니 그제서야 약 위에 쓰인 알파벳이 보였다. 피곤해서 그런가? 피곤하면 눈이 침침해질 때가 있다. 그렇구나. 나는 피곤한 거구나. 나는 그냥 피곤한 것이었다. 나는 피곤했을 따름이었다.
며칠 뒤 회의 시간이 됐다. 내가 일하는 직장은 온라인 미디어라 회의도 프린트한 종이가 아니라 ‘슬랙'이라는 업무용 메신저에 올라온 문서를 보고 진행한다. 글자가 보이지를 않았다. 아무리 뚫어지게 쳐다봐도 보이질 않았다. ‘영국에서…..스….감염….’ 영국에서 의사가 감염됐다는 소린가? 아니면 영국에서 으스스한 병에 감염이 됐다는 소린가. 화면을 확대했다. 영국에서 메르스 감염환자가 나왔다는 소리였다. 내 눈은 피로한 것이 아니었다. 피곤한 것도 아니었다. 이건 아마도, 노안이었다.
나는 언제나 눈이 좋았다. 서른 후반이 될 때까지 거의 1.0의 시력을 자랑했다. 부모님과 동생이 모두 안경을 쓰지만 나만 쓰지 않아도 되는 건 일종의 유전자 변형에 가까웠다. 나는 스스로를 ‘엑스맨'에 가까운 남자라고 여겼다. 어쩌면 몽골리안의 유전자가 나에게 좀 더 많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 거울을 잘 쳐다보면 쌍커풀 없는 눈이 어쩐지 약간 몽고 유목민족의 유전자를 연상케하니까 말이다. 그러니 갑자기 눈이 나빠진 것은 마치 영원히 지속되리라 여겼던 수퍼파워가 사라진 거나 다름 없었다.
인터넷을 뒤졌다. ”노안은 신체의 노화가 지속되면서 초점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생기는 현상이다. 눈 속의 렌즈인 수정체를 둘러싸고 있는 모양체근이 수청제를 조절해 렌즈의 두께와 굴절력을 변화시켜 멀고 가까운 것의 초점을 맞추는데, 노화로 인해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져 모양체근이 초점을 맞출 수 없어 가까운 것이 잘 보이지 않는….” 여기서 나는 좌절했다. ‘탄력이 떨어져'에서 가슴이 무너졌다. 얼굴 피부도 탄력이 떨어지고 엉덩이도 탄력이 떨어지고 근육도 탄력이 떨어졌는데 수정체마저 탄력이 떨어지다니. 나는 정말 착실하고 성실하게 늙어가고 있었다.
안경점에 안경을 가져갔다. 그리고 시력을 측정했다. 0.5가 나왔다.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자위했다. 안경점 주인이 말했다. “괜찮으신데, 먼 것은 잘 보이시는데 가까운 게 안 보이시면 아예 돋보기를 하나 하시는 건 어때요?” 나는 얼어붙었다. 돋보기라는 물건은 영화 속에서 나이가 지긋한 양반들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거나 목에 걸고 다니다가 “에잉 요즘 눈이 영 침침해"라는 대사를 치면서 남의 명함이나 부동산 문서를 보거나 할 때 쓰던 물건이 아니던가. 내 두뇌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야한다고 말하지만 마음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돋보기라는 물건을 내가 사용한다는 것은 이를테면, 영원히 젊음과는 멀어진다는 의미였다. “아닙니다.” 나는 그 한마디를 남기고 안경점을 나왔다. 만약 내 두뇌가 ‘인사이드 아웃'이라면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의 뒷 편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늙음이'가 있을 것이다. 늙음이는 끝없이 경고한다. 넌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화날 때도 까칠할 때도 소심할 때도 이젠 늙게 기쁘고 늙게 슬프고 늙게 화나고 늙게 까칠하고 늙게 소심할 것이다. 나는 머리를 탁 쳤다. 그리고 늙음이에게 경고했다. 아직은 올 때가 아니다. 아직은 올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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