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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겹겹 重重 • ㆍ "이젠 조선말도 중국말도 잘 못해." 할머니는 '위안부' 생활 후 한족 마을인 다오허道河 진에 홀로 들어와 지냈기 때문에 조선말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ㆍ "부끄러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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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겹겹 重重 • ㆍ "이젠 조선말도 중국말도 잘 못해." 할머니는 '위안부' 생활 후 한족 마을인 다오허道河 진에 홀로 들어와 지냈기 때문에 조선말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ㆍ "부끄러워. 조선말을 잊어버린 게 가슴 아파." 할머니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자신의 아픈 과거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본 적이 없다. ㆍ "조선말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맘대로 안 돼." 조선 땅에서 오고 조선말을 쓰는 동족 사람에게 중국말로 자기 얘기를 하는 것에 할머니는 오히려 더 가슴 아파하며, 긴 한숨과 함께 눈물을 흘린다. #겹겹 중국에 남겨진 일본군 '위안부' ... • 겹겹 重重 •

"이젠 조선말도 중국말도 잘 못해." 할머니는 '위안부' 생활 후 한족 마을인 다오허道河 진에 홀로 들어와 지냈기 때문에 조선말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부끄러워. 조선말을 잊어버린 게 가슴 아파." 할머니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자신의 아픈 과거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본 적이 없다.

"조선말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맘대로 안 돼." 조선 땅에서 오고 조선말을 쓰는 동족 사람에게 중국말로 자기 얘기를 하는 것에 할머니는 오히려 더 가슴 아파하며, 긴 한숨과 함께 눈물을 흘린다.

#겹겹 중국에 남겨진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안세홍
#MilitarySexualSlaveryByJapanDuringTheSecondWorldWar by #AhnSehong / Sehong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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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사진전, 강연회, 역사기록을 위한 '겹겹 프로젝트(重重プロジェクト, Juju Project)'를 진행하고 있는 안세홍 사진 작가의 포토 에세이.

힘없는 나라에서 태어난 죄로, 일생을 고단하게 만드는 봉변을 당했으면서도 조선말 잊어버린 게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몰라하는 할머님 말씀에 눈물이 절로 나와 읽다 멈추다를 반복했습니다.

겹겹이 쌓인 상처뿐인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가슴이 아프다는 말로는 너무도 부족한,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책입니다.

#korean #instabook #bookstagram #book #reading #booknerd #booklover #ilovebooks #ilovereading #bookworm #bibliophile #onthetable #coffeegram #coffee #coffeelover #currentlyreading #bookish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 #독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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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의 위안 •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 얻은 행복은 대가를 요구했다. 네이선과 첫 키스를 나눈 순간부터 티아는 그것을 예감했다. 그와 사랑에 빠져 보낸 한 해 내내 그녀는 벌이 내리길 기다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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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의 위안 •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 얻은 행복은 대가를 요구했다. 네이선과 첫 키스를 나눈 순간부터 티아는 그것을 예감했다. 그와 사랑에 빠져 보낸 한 해 내내 그녀는 벌이 내리길 기다렸고, 실제로 어떤 결말이 다가오든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올 한 해 동안 티아는 네이선 때문에 많은 시간을 울며 보냈다. 가정이 있는 남자는 마음을 모두 내주지 않는다. ㆍㆍㆍ 너무 오랜 기간 동안 그녀는 "왜?"라는 질문밖에 던질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바람을 피운 이유가 아니라,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더 중요한 것은 남편의 대답이 아니라, ... • 거짓말의 위안 •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 얻은 행복은 대가를 요구했다. 네이선과 첫 키스를 나눈 순간부터 티아는 그것을 예감했다. 그와 사랑에 빠져 보낸 한 해 내내 그녀는 벌이 내리길 기다렸고, 실제로 어떤 결말이 다가오든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올 한 해 동안 티아는 네이선 때문에 많은 시간을 울며 보냈다. 가정이 있는 남자는 마음을 모두 내주지 않는다.

ㆍㆍㆍ

너무 오랜 기간 동안 그녀는 "왜?"라는 질문밖에 던질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바람을 피운 이유가 아니라,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더 중요한 것은 남편의 대답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대답이었다.

줄리엣은 네이선이 셔츠를 벗는 걸 보았다. 네이선의 육체에 대한 감성적인 생각에 완전히 빠지기도 전에 질투심이 밀려와 그 자리를 메워 버렸다. 티아도 네이선의 등을 봤을 것이다.

ㆍㆍㆍ

캐롤라인이 진심으로 갈망하는 것은 슬라이드와 전문 서적에 깊이 빠져들어 문제가 서서히 풀리고 명료해져 불변성에 접근하는 시간을 경험하는 일이었다. 그녀가 하는 일에는 최악의 진실이라 하더라도 명료성이 있었다. 반면 가정생활은 진흙탕처럼 흐릿해서 그 속에 한번 빠지면 영원히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캐롤라인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불편한 마음은 병원에 출근한 다음에야 가라앉곤 했다.

#거짓말의위안, #랜디수전마이어스
#TheComfortOfLies by #RandySusanMey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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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우절, 제목에 끌려 구입했다가 전작 <살인자의 딸들>을 먼저 읽는 게 좋을 듯 해 묵혀두었던 #소설. 제목이 적합한지 아닌지는 각자가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사랑하면 안되는 남자를 사랑한 젊고 아름다운 여자 '티아', 임신을 이유로 버림받은 그녀는 출산한 아이를 입양보낸 뒤 죄책감과 그리움에 몸부림칩니다. 믿었던 남편의 외도 고백에 배신감을 느낀 완벽한 워킹맘 '줄리엣', 그녀는 남편을 용서한 5년 뒤, 외도녀가 보낸 한 통의 편지에 다시 한번 혼란에 빠지게 되죠.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캐롤라인'은 남편과 협의해 딸을 입양해 사랑으로 기르나 일과 양육에 있어 균형을 맞추는 데에 딜레마를 겪게 됩니다. 그런 그녀에게 아이 생부의 부인이라는 여자가 연락을 해옵니다.

사랑과 전쟁 뺨치는 이런 신파에 불과한 내용을 매끄러운 문장과 전작만큼이나 섬세한 심리 묘사로 고급스럽게 잘 포장하고 있는 소설입니다. 현대 여성이라면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일들이 책에 고스란히 펼쳐져 세 여자를 전적으로 이해하는 건 불가능해도 각기 적절한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어떻게든 단죄하고 싶은 여성 독자로서의 마음때문인지, 전혀 다른 세 여자의 삶을 꼬아놓은 마성의 남자 '네이선'의 심리 묘사가 아쉽다면 아쉽습니다. 남성 독자가 읽으면 공감이 가려나요.

아무튼 여성 독자를 위한 괜찮은 작가를 발견한 게 올해 상반기의 소득 중 하나로 남을 것 같습니다. 남성 작가는 역시 로맹 가리가 될 테고요.

#korean #instabook #bookstagram #book #reading #booknerd #booklover #ilovebooks #ilovereading #bookworm #bibliophile #onthetable #coffeegram #coffee #coffeelover #currentlyreading #bookish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 #독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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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야 라디오 • 행복은 마음이 채워진 상태입니다. 문제는 그 마음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불행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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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야 라디오 • 행복은 마음이 채워진 상태입니다. 문제는 그 마음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불행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아득바득 난관을 극복하고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란 매우 힘이 듭니다. 하지만 불행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는 쉽습니다. 요행僥倖이란 말이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행복'이란 뜻이지요. 이처럼 행복은 우연의 산물입니다. 행복이나 불행이나 살아가면서 어쩌다 느끼게 되는 우연한 감정일 뿐입니다. 따라서 행복하지 않다는 고민은 그만두시기 바랍니다. ... • 심야 라디오 •

행복은 마음이 채워진 상태입니다. 문제는 그 마음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불행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아득바득 난관을 극복하고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란 매우 힘이 듭니다. 하지만 불행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는 쉽습니다.

요행僥倖이란 말이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행복'이란 뜻이지요. 이처럼 행복은 우연의 산물입니다. 행복이나 불행이나 살아가면서 어쩌다 느끼게 되는 우연한 감정일 뿐입니다. 따라서 행복하지 않다는 고민은 그만두시기 바랍니다. 그보다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할지 생각해보세요.

역설적이지만 행복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다 보면 자연스럽게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프랑스어로 행복을 보네르bonheur라고 하는데, 좋은bon 시간heur이라는 뜻이랍니다. '좋은 시간'이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세요.

#심야라디오, #오가와히토시
#眠れぬ夜のための哲学, #小川仁志
#NemurenuYoruNoTameNoTetsugaku by #HitoshiOg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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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뭐든지 매뉴얼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 책으로 ' ~ 때문에 고민이 돼 잠 못 들 때를 위한 책'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일본에서 대중 철학으로 유명한 철학자가 쓴 이 에세이는 '잠 못 드는 밤을 위한 철학'이라는 원제에 꼭 들어맞습니다.

요즘 한창 유행 중인 <미움받을 용기>를 비롯해 일본인 독자를 타겟으로 한 힐링 목적의 책은 사실 한국인 독자에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저런 일들로 고민하느라 잠 못 이루는 분이라면 한번 쯤은 이런 책으로 테라피를 받는 것도 좋겠지요.

오늘 밤도, 이번 한 주간도 '좋은 시간'들로 충만한 당신이 되길 빕니다.

#korean #instabook #bookstagram #book #reading #booknerd #booklover #ilovebooks #ilovereading #bookworm #bibliophile #onthetable #coffeegram #coffee #coffeelover #currentlyreading #bookish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 #독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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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의 딸들• 아빠의 손에 피가 묻어 있었다. 엄마의 피, 메리의 피, 그리고 자해로 인해 아빠 몸에서 나온 피. 내가 집에 있었다면 아빠는 나도 해쳤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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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의 딸들• 아빠의 손에 피가 묻어 있었다. 엄마의 피, 메리의 피, 그리고 자해로 인해 아빠 몸에서 나온 피. 내가 집에 있었다면 아빠는 나도 해쳤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난 메리와 엄마를 해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숨지 않았더라면. 아무튼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내가 아빠를 집 안으로 들였으니까. ㆍ "엄마도 아빠랑 구치소에 있어?" 메리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동생에게 사실대로 말하는 건 동생을 때리는 것만큼 비열한 짓 같았지만, 동시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엄마는 다쳤어. ... • 살인자의 딸들•

아빠의 손에 피가 묻어 있었다. 엄마의 피, 메리의 피, 그리고 자해로 인해 아빠 몸에서 나온 피.

내가 집에 있었다면 아빠는 나도 해쳤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난 메리와 엄마를 해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숨지 않았더라면. 아무튼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내가 아빠를 집 안으로 들였으니까.

"엄마도 아빠랑 구치소에 있어?" 메리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동생에게 사실대로 말하는 건 동생을 때리는 것만큼 비열한 짓 같았지만, 동시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엄마는 다쳤어. 아주 심하게. 엄마는 죽었어." 메리는 <오즈의 마법사>를 통해 죽음이 뭔지 알고 있었다. 책에서 사악한 마녀가 죽었다.

ㆍㆍㆍ

우리는 과거의 덫에 걸려 있었다. 마흔 한 살과 서른 여섯 살인데도 오래 전에 끝난 부모의 전쟁에 갇힌 죄수들이었고, 여전히 악몽 같은 기억에 갇혀 있었고, 은밀한 시선을 주고 받았고, 사람들에게 알린 비밀과 숨긴 비밀이 스치듯 지나갔다.

#살인자의딸들, #랜디수전마이어스
#TheMurderersDaughters by #RandySusanMey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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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화제였던 윌리엄 랜데이의 소설 <제이컵을 위하여>가 살인을 저지른 어린 아들을 변호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그린 반면, 랜디 수전 마이어스의 이 데뷔작은 살인자의 딸이라는 낙인이 찍힌 두 소녀의 삶의 궤적을 30년에 걸쳐 그리고 있습니다.

다섯 살짜리 동생 '메리'를 돌보는 의젓한 언니 '룰루'에게 아름답지만 보육에 무책임한 엄마 '설레스트'가 가출한 아버지를 집안에 들이지 말라는 경고를 합니다. 룰루의 열 번째 생일을 코앞에 둔 어느 날, 술냄새를 풍기며 나타난 아빠의 동정어린 말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연 룰루가 이웃에 도움을 요청하러 간 사이 아빠는 엄마를 칼로 찔러 살해하고 메리의 가슴에도 상처를 남깁니다.

외할머니와 이모는 아빠를 욕하며 설레스트를 상기시키는 둘의 양육을 외면하고, 친할머니는 왜 갇힌 자신의 아들을 면회가지 않느냐 닥달합니다. 순식간에 와해된 가정, 보호자가 사라진 룰루와 메리는 보육원으로 옮겨가서 생활하다 어느 자원봉사자의 가정에 입양돼 성장합니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의 딸들이 된 두 자매의 시점이 교차하는 이 소설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치유되지 않는 그들의 상처와 고통어린 삶이 진득하게 묻어납니다. 널리 알려진 책은 아니지만 스즈키 노부모토가 쓴 <가해자 가족>을 통해 알게 되었던 가해자 가족의 심리와 삶을 이 소설이 완벽히 재현하고 있다고 느꼈을 정도로 심리 묘사가 밀도있고 섬세해요. 짙은 안개가 낀 새벽같은 소설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데이비드 밴의 소설 <자살의 전설>도 떠올랐어요.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덜 자란 어른이 성급하게 부모가 되었을 때 그 자녀들의 인생을 어떻게 휘두르는가 하는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달까요.

혹 독서 모임이나 독서 토론 수업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한번 쯤은 베스트 셀러 말고 이런 책을 읽고 토론해 보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korean #instabook #bookstagram #book #reading #booknerd #booklover #ilovebooks #ilovereading #bookworm #bibliophile #onthetable #coffeegram #coffee #coffeelover #currentlyreading #bookish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 #독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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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평 • 그는 디펜바흐 가를 따라 걸었다. 소나기가 내렸다. 여름 소나기는 그가 가로수 아래로 몸을 피하며 걸어가는 동안 기세가 누그러졌다. 오랜 세월 그는 마르가레트가 벌써 죽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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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평 • 그는 디펜바흐 가를 따라 걸었다. 소나기가 내렸다. 여름 소나기는 그가 가로수 아래로 몸을 피하며 걸어가는 동안 기세가 누그러졌다. 오랜 세월 그는 마르가레트가 벌써 죽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래, 그럴 리가 없다. 우리 둘이 태어나던 그해, 이 도시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잔해 더미에 불과했던 그해에도 공원 저 구석 폐허 사이에서는 라일락이 꽃을 피웠다. 너무 많이 걸었더니 피로했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평온한 느낌과 함께, 그가 어느 날 떠나온 그 장소 그 지점으로 같은 시간 같은 계절에 돌아왔다는 확신이 들었다. 마치 시계의 두 ... • 지평 •

그는 디펜바흐 가를 따라 걸었다. 소나기가 내렸다. 여름 소나기는 그가 가로수 아래로 몸을 피하며 걸어가는 동안 기세가 누그러졌다.

오랜 세월 그는 마르가레트가 벌써 죽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래, 그럴 리가 없다. 우리 둘이 태어나던 그해, 이 도시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잔해 더미에 불과했던 그해에도 공원 저 구석 폐허 사이에서는 라일락이 꽃을 피웠다.

너무 많이 걸었더니 피로했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평온한 느낌과 함께, 그가 어느 날 떠나온 그 장소 그 지점으로 같은 시간 같은 계절에 돌아왔다는 확신이 들었다. 마치 시계의 두 바늘이 정오가 되면 하나 되어 만나는 것처럼.

그는 공원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외침 소리와 옆에서 들리는 나직한 대화 소리에 몸을 실은 채, 반은 깨고 반은 잠든 듯한 상태로 부유하듯 걸었다. 저녁 일곱시다. 로드 밀러는 서점 주인이 밤늦도록 문을 열어둔다고 했다.

#지평, #파트릭모디아노
#Lhorizon by #PatrickMod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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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유명한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 그 대표작도, 작년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겼던 최신작 <네가 길을 잃으면 안 되니까>도 읽어본 적 없는 저는 이 책으로 그를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여러 편의 책을 출판한 60대의 소설가 '장 보스망스'는 기억의 지평 너머로 사라졌던 옛사랑, 불안과 좌절의 시간을 공유했던 '마르가레트 르 코즈'를 찾아 나섭니다. 40여 년 전의 그는 어머니의 착취에서 벗어나고자 글에 매달리는 청년이었고 그녀는 한 남자의 추적을 피해 불안한 날을 보내던 처녀였죠.

현실에 있어서, 추억 속에 간직한 옛사랑을 찾아나서는 행위가 과연 현명한 일일까 하는 판단은 차치하고, 느리고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처럼 서정적인 문장과 정취가 가득한 소설이었습니다. '폐허 속에서 재건된 베를린과 나는 동갑'이라는 발상도 신선했고요.

여름 휴가를 계획하는 중에 비행기나 기차에서 읽을 거리를 찾는 분들에게 적합한 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korean #instabook #bookstagram #book #reading #booknerd #booklover #ilovebooks #ilovereading #bookworm #bibliophile #onthetable #coffeegram #coffee #coffeelover #currentlyreading #bookish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 #독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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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보다 낯선 • 나에게 감정이라는 것은 생각이나 이해보다 빠르게 태어나고 빠르게 사라지는 것이다. 대개 그것들에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외로움이라거나 사랑 따위의 이름을. 무언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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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보다 낯선 • 나에게 감정이라는 것은 생각이나 이해보다 빠르게 태어나고 빠르게 사라지는 것이다. 대개 그것들에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외로움이라거나 사랑 따위의 이름을. 무언가를 사랑할 때 내가 어쩔 수 없이 택하는 방법은 그것에 가까이 있는 것이다. 단지 가까이 있는 것...... 그것의 부침과는 관계없이...... 그것의 흥성이나 몰락과 무관하게...... 단지 가까이 있는 것...... 대상이 멀리 있기 때문에 마음이 더 강렬해진다고? 그건 환각에 다름 아니다. 사랑은 사랑의 대상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그것을 향한 열정과 환멸을 견뎌 ... • 천국보다 낯선 •

나에게 감정이라는 것은 생각이나 이해보다 빠르게 태어나고 빠르게 사라지는 것이다. 대개 그것들에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외로움이라거나 사랑 따위의 이름을.

무언가를 사랑할 때 내가 어쩔 수 없이 택하는 방법은 그것에 가까이 있는 것이다. 단지 가까이 있는 것...... 그것의 부침과는 관계없이...... 그것의 흥성이나 몰락과 무관하게...... 단지 가까이 있는 것...... 대상이 멀리 있기 때문에 마음이 더 강렬해진다고? 그건 환각에 다름 아니다. 사랑은 사랑의 대상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그것을 향한 열정과 환멸을 견뎌 내는 것이다.

나도 알고 있다. 어떤 사랑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어떤 사랑은 대상 자체가 되는 데까지 나아간다. 나와 그것의 구분을 지우는 것. 경계를 없애는 것. 그러면 그것의 장점이나 단점 같은 걸 따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완성을 선언하거나 파산을 선고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환멸의 차가움도 염원의 뜨거움도 희미해져 버린다. 마치 일상 속에서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그러한 것처럼.

#천국보다낯선, #이장욱
#StrangerThanParadise by #LeeJang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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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김, 최, 이 세 친구 혹은 염까지 포함하면 네 친구가 A의 장례식장을 찾아가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그린 단순한 줄거리의 소설입니다. 여러모로 다르긴 하지만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가 떠올랐어요.

너무나도 익숙한 소설의 제목은 물론 총 열세 개로 이뤄진 장의 소제목들 역시 영화의 제목에서 차용했을 뿐 아니라 문장이며 분위기, 표지까지 모두 한 편의 영화 같이 아름답습니다.

책을 꼭 소장해야만 하는 욕구는 이제 거의 없는 편이지만 관상용 책을 수집하던 어릴 적 습관이 여전히 조금은 남아있는 탓에, 표지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한 책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속물 교양이라 해도 별 수 없지만요.

#korean #instabook #bookstagram #book #reading #booknerd #booklover #ilovebooks #ilovereading #bookworm #bibliophile #onthetable #coffeegram #coffee #coffeelover #currentlyreading #bookish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 #독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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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3년 세기의 여름 • 1월 히틀러와 스탈린이 쇤브룬 궁전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달이요, 토마스 만이 커밍아웃할 뻔하고, 프란츠 카프카가 사랑 때문에 미칠 뻔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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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3년 세기의 여름 • 1월 히틀러와 스탈린이 쇤브룬 궁전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달이요, 토마스 만이 커밍아웃할 뻔하고, 프란츠 카프카가 사랑 때문에 미칠 뻔한 달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소파에 고양이 한 마리가 기어든다. 날은 춥고, 발밑에는 눈이 사각거린다. 빈털터리가 된 엘제 라스커슐러는 고트프리트 벤과 사랑에 빠지고, 프란츠 마르크한테서 말 그림엽서를 받고, 가브리엘레 뮌터를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부른다.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는 포츠담 광장의 고급 창녀들 그림을 그린다. 러시아 조종사 표트르 니콜라예비치 네스테로프가 ... • 1913년 세기의 여름 •

1월

히틀러와 스탈린이 쇤브룬 궁전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달이요, 토마스 만이 커밍아웃할 뻔하고, 프란츠 카프카가 사랑 때문에 미칠 뻔한 달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소파에 고양이 한 마리가 기어든다. 날은 춥고, 발밑에는 눈이 사각거린다. 빈털터리가 된 엘제 라스커슐러는 고트프리트 벤과 사랑에 빠지고, 프란츠 마르크한테서 말 그림엽서를 받고, 가브리엘레 뮌터를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부른다.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는 포츠담 광장의 고급 창녀들 그림을 그린다. 러시아 조종사 표트르 니콜라예비치 네스테로프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공중제비 비행에 성공한다. 그러나 모두 부질없다. 오스발트 슈펭글러는 이미 <서구의 몰락>을 집필중이다.

#1913년세기의여름, #플로리안일리스
#1913DerSommerDesJahrhunderts #1913TheYearBeforeTheStorm
by #FlorianIll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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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적으로 19세기와 20세기를 구분짓는 분기점인 해, 벨 에포크의 마지막 시기이자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13년. 당시 비엔나, 베를린, 파리, 모스크바 등 전 유럽을 종횡무진하며 현대의 지성사와 문화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수많은 인사들의 열두 달을 기록한 특이한 책입니다.

일전에 읽은 박윤석의 소설 <경성 모던 타임스>의 유럽판이라고 생각하면 쉬운데, 그렇다고 장르가 소설인 건 아닙니다. 전체를 관통하는 뚜렷한 스토리나 가상의 캐릭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루브루 박물관에서 <모나리자>가 도난당하자 경찰의 심문을 받았으나 알리바이가 있어 귀가한 피카소, 엄청 길지만 우유부단한 내용의 연애편지를 쓰면서 사랑을 키워가다 정작 실제로 보고난 후 실망을 금치 못하는 한심한 카프카, 지휘 도중에 뺨을 맞는 쇤베르크, 변태적 기질이 다분한 색마 화가들(클림트, 실레, 코코슈카 등등), 형편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는 헤세와 아인슈타인, 군대에 가기 싫어 빈으로 도망친 찌질한 미술학도 히틀러, 평론가의 혹평에 움찔거리는 토마스 만, 감기에 걸려 요양하는 릴케... 등 300여명의 유명인이 등장합니다.

모두를 겨냥한 큰 재미가 보장된 책이라기보다는 이 시대와 이 시대 인물들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 부류에 해당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korean #instabook #bookstagram #book #reading #booknerd #booklover #ilovebooks #ilovereading #bookworm #bibliophile #onthetable #coffeegram #coffee #coffeelover #currentlyreading #bookish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 #독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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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은 고요하리라 • 로맹 가리/ 인생은 종종 제 양념 속에 지나치게 예술을 집어넣곤 하지. 내가 보기엔 그것 없이도 우리가 아주 잘 뜯어먹혔을 것 같은데 말이네. ㆍㆍㆍ 프랑수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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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은 고요하리라 • 로맹 가리/ 인생은 종종 제 양념 속에 지나치게 예술을 집어넣곤 하지. 내가 보기엔 그것 없이도 우리가 아주 잘 뜯어먹혔을 것 같은데 말이네. ㆍㆍㆍ 프랑수아 봉디/ 다른 작가들도 만났나? 로맹 가리/ 헤밍웨이는 평생 강한 헤밍웨이를 연기했지만 그가 내면에 두려움, 어떤 불안을 감추고 있었는지는 신만이 알지. 그는 자신의 배역을 마초주의 위에 세웠지만 진실은 전혀 달랐다고 나는 생각하네. 그래도 여전히 <무기여 잘있거라>는 세기의 사랑을 다룬 가장 아름다운 소설 가운데 하나고, 우리는 꽤 초라한 사람이면서 대단히 위대한 작가일 ... • 밤은 고요하리라 •

로맹 가리/ 인생은 종종 제 양념 속에 지나치게 예술을 집어넣곤 하지. 내가 보기엔 그것 없이도 우리가 아주 잘 뜯어먹혔을 것 같은데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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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봉디/ 다른 작가들도 만났나?

로맹 가리/ 헤밍웨이는 평생 강한 헤밍웨이를 연기했지만 그가 내면에 두려움, 어떤 불안을 감추고 있었는지는 신만이 알지. 그는 자신의 배역을 마초주의 위에 세웠지만 진실은 전혀 달랐다고 나는 생각하네.
그래도 여전히 <무기여 잘있거라>는 세기의 사랑을 다룬 가장 아름다운 소설 가운데 하나고, 우리는 꽤 초라한 사람이면서 대단히 위대한 작가일 수 있지. 이건 헤밍웨이를 생각하고 하는 말이 아니라 모두를 생각하고 하는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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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봉디/ 왜 이혼했나?

로맹 가리/ 우리가 9년 동안 행복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망가지고 해지고 영감을 잃고 바래기 시작했지. 사랑에서는 난 타협을 좋아하지 않네. 적당히 수선해서 절뚝거리며 계속하는 것보다 과거를, 행복했던 9년의 기억을 구하는 편이 차라리 나았지. 그래서 우리는 이혼했네. 완벽하게 성공한 이혼이었네.

#밤은고요하리라, #로맹가리
#LaNuitSeraCalme by #Romain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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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의 죽마고우이자 프랑스 작가 겸 문예지 편집장이던 '프랑수아 봉디와 로맹 가리의 대담집'이 아니라 대담집 형식을 띈 소설입니다. 내용은 모두 로맹 가리의 실제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했다지만 가상의 대담집, 즉 자문자답의 소설이라니... 골 때리죠.

매카시와의 설전, 반쪽 유대인으로서 세계 유대인 연감 편찬진에게 보내는 조소, 옛 헐리우드 이야기 등, 제 무식을 탓하며 대충 읽어 넘긴 40년 전의 국제 정세와 프랑스 정치 상황을 언급한 부분을 제외하곤 대체로 재미있었습니다.

참전 군인, 외교관, 작가, 영화감독, 영화배우 '진 세버그'의 전 남편 등 로맹 가리의 모든 것, 모든 생각들이 담겨 있는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더군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툭툭 내뱉는 자아, 여성성, 작가의 자세에 대한 진심어린 말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멋들어진 제목의 스산한 의미도 그렇고요.

어제 <자살의 전설>을 읽고나서 그런지, 살해당한 엄마와 자살한 아버지를 둔 로맹 가리의 아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구글링을 해보면 되겠지만 그래도 이런 궁금증은 모른채로 놔두는 것도 좋겠지요.

#korean #instabook #bookstagram #book #reading #booknerd #booklover #ilovebooks #ilovereading #bookworm #bibliophile #onthetable #coffeegram #coffee #coffeelover #currentlyreading #bookish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 #독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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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의 전설 • 마침내 해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부자는 안으로 들어가 안방 마루에 깔판을 깔고 그 위에 침낭을 준비했다. 좁은 창 너머로 붉은 하늘에 보였다. 로이와 아버지는 어둠 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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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의 전설 • 마침내 해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부자는 안으로 들어가 안방 마루에 깔판을 깔고 그 위에 침낭을 준비했다. 좁은 창 너머로 붉은 하늘에 보였다. 로이와 아버지는 어둠 속에서 옷을 벗고 각자의 침낭에 들었으나 어느 쪽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천장은 아득했고 바닥은 딱딱했으며 마음은 어수선했다. 그러다 잠이 드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화들짝 깨고 말았다. 아버지가 흐느껴 울고 있었다. 울음소리를 애써 삼키기는 했지만 방이 워낙 좁은 탓에 못들은 척하기도 난감했다. 어쨌든 모르는 척 그렇게 한 시간을 깨어 있었다. 아버지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지만 로이는 ... • 자살의 전설 •

마침내 해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부자는 안으로 들어가 안방 마루에 깔판을 깔고 그 위에 침낭을 준비했다. 좁은 창 너머로 붉은 하늘에 보였다. 로이와 아버지는 어둠 속에서 옷을 벗고 각자의 침낭에 들었으나 어느 쪽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천장은 아득했고 바닥은 딱딱했으며 마음은 어수선했다.

그러다 잠이 드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화들짝 깨고 말았다. 아버지가 흐느껴 울고 있었다. 울음소리를 애써 삼키기는 했지만 방이 워낙 좁은 탓에 못들은 척하기도 난감했다. 어쨌든 모르는 척 그렇게 한 시간을 깨어 있었다. 아버지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지만 로이는 너무 피곤했다. 아버지의 울음소리가 멀어지더니 마침내 로이는 잠에 빠져들었다.

늦은 아침. 산들바람이 벌써 포구로 들어와 잔물결을 만들었다. 물빛은 불투명했다.
잘 잤니? 아버지가 물었다.
로이는 아버지를 마주 보지 못했다. 우는 소리를 들었는지 묻는 것 같아서였다. 아무튼 말투는 그저 일상적인 인사 같았기에, 로이도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예, 밤새 푹 잤어요.

#자살의전설 중 #수콴섬, #데이비드밴
#LegendOfaSuicide by #DavidV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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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입소문이 났던 소설이었으나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제목 탓에 읽어볼까 싶던 생각을 접을 무렵, @hb_shin 님의 리뷰를 보고 읽기로 결심했던 소설입니다. 제목은 마치 자살이라는 살인 행위를 미화하거나 찬미할 것만 같이 선정적이지만 실은 거리가 멀어요.

소설 <속죄(어톤먼트)>의 브라이오니가 속죄의 한 방법으로 '소설 쓰기'를 선택했듯이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밴 역시 아버지에 대한 속죄와 자기 치유의 의미로 써내려간 자전적 소설입니다. 이혼 후 알래스카에 따로 살던 그의 아버지는 저자가 10대 초반일 때 자살했거든요.

미지의 땅,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하는 묘한 분위기와 일상을 집요할 정도로 묘사하는 문체가 특이합니다. 압권은 분명 충격적인데도 담담한 반전일 거예요. 다들 왜 그렇게 "수콴 섬, 수콴 섬" 하는지 알았어요. 전 첫 번째 단편 <어류학>도 좋았습니다.

궁금하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수콴 섬>에서 인용하고 싶은 부분들은 사실 따로 있었지만 꾹 참았을 정도예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살 외의 다른 문제를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자라지 못한 어른이 불행할까, 너무 이르게 커버린 아이가 불행할까 하는.

#korean #instabook #bookstagram #book #reading #booknerd #booklover #ilovebooks #ilovereading #bookworm #bibliophile #onthetable #coffeegram #coffee #coffeelover #currentlyreading #bookish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 #독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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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물 교양의 탄생 • 화려하고 중후한 서재와 각종 전공 서적과 교양서적은 그냥 자본이고 지식일 뿐이다. 명작이 다만 고급스러운 취향을 과시하거나 엘리트임을 보증하는 학력 자본으로 쓰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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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물 교양의 탄생 • 화려하고 중후한 서재와 각종 전공 서적과 교양서적은 그냥 자본이고 지식일 뿐이다. 명작이 다만 고급스러운 취향을 과시하거나 엘리트임을 보증하는 학력 자본으로 쓰일 뿐이라면, 그것은 성공을 위한 욕망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분명하다. 문화적 취향을 전시하기 위해 차용된 명작, 엘리트임을 보증하기 위한 독서 목록, 성공적인 삶의 조건으로서의 학력 자본은 교양이 아니라 속물 교양이다. 개인을 시민으로 키워내는 것이 교양이다. 교양은 과시하거나 소장하는 것이 아니라 키워내고 품어내는 것이다. 교양은 지성과 감성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 • 속물 교양의 탄생 •

화려하고 중후한 서재와 각종 전공 서적과 교양서적은 그냥 자본이고 지식일 뿐이다. 명작이 다만 고급스러운 취향을 과시하거나 엘리트임을 보증하는 학력 자본으로 쓰일 뿐이라면, 그것은 성공을 위한 욕망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분명하다. 문화적 취향을 전시하기 위해 차용된 명작, 엘리트임을 보증하기 위한 독서 목록, 성공적인 삶의 조건으로서의 학력 자본은 교양이 아니라 속물 교양이다.

개인을 시민으로 키워내는 것이 교양이다. 교양은 과시하거나 소장하는 것이 아니라 키워내고 품어내는 것이다. 교양은 지성과 감성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회와 커뮤니티를 품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교양이란, 교양의 척도란, 사회가 개인을 시민으로 키워낼 프로그램에 관한 문제이다. '학력'과 '자본'에 비례해서 소장되거나 과시되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에 같이 거주하는 이들의 감응하는 능력이다.

'좋은 책'으로서의 명작이란, 발끝에 머무는 시대와 역사에 감응하며 '좋음'이라는 가치를 보편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책이다. 그러므로 '명작'은 자본의 교환적 가치에 상응해서 주어진 값이 아니라 세계를 새롭게 감응시킨 뒤에 나타난 가치의 집적이다.

#속물교양의탄생, #박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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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사나 머리말에 반한 적은 많아도 앞날개에 적힌 짧은 저자 소개만 읽고 이렇게 홀딱 넘어간 건 처음입니다. 위에 인용한 문장들은 머리말의 일부이고요.

거대 출판사의 자본의 힘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안티 베스트셀러 독자로 살아온 나름의 고집이 무색하게, 고전 명작에 대한 저의 신뢰를 무참히 깨뜨리며 이름뿐인 명작 추종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절 자각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대체로 부제인 '명작이라는 식민의 유령'에 적합한 흥미로운 주장들이 전개되지만 개중엔 비약이 심하다 싶은 주장도 있어 출판계에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더군요.

논문을 정리해 출판한 듯한 책이라 학술 용어에 경기를 일으키는 독자라면 당연 무리. 특히 본인이 지적허영심에 찬 속물 교양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독자라면 읽는 동안 거부감이 꽤 들테니 아예 읽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고 책 읽는 행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읽어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게다가 부록이 은근히 재미있어요.

책이라는 게 사실, 어떤 책을 읽느냐 하는 것보다 어떤 책이라도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읽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일차적으론 말이죠.

#seoul #instabook #bookstagram #book #reading #booknerd #booklover #ilovebooks #ilovereading #bookworm #bibliophile #onthetable #coffeegram #coffee #coffeelover #currentlyreading #bookish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 #독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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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지니는 여러 사람들이 어느 날 저녁 집 거실(혹은 회의실) 바닥에 모여 앉아 진지한 심리게임을 함께했던 일을 떠올렸다. 아주 정직하고 즉흥적으로 반응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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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지니는 여러 사람들이 어느 날 저녁 집 거실(혹은 회의실) 바닥에 모여 앉아 진지한 심리게임을 함께했던 일을 떠올렸다. 아주 정직하고 즉흥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게임이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누군가를 봤을 때 처음 떠오르는 생각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놀이였다. 닐의 친구 중에 애디 노턴이라고 하는 머리가 하얀 여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 여자가 지니에게 "이런 말을 하기는 싫지만, 당신을 볼 때면 내숭쟁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라고 말했다. 그때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규칙상 대답하지 못하게 ... •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지니는 여러 사람들이 어느 날 저녁 집 거실(혹은 회의실) 바닥에 모여 앉아 진지한 심리게임을 함께했던 일을 떠올렸다. 아주 정직하고 즉흥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게임이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누군가를 봤을 때 처음 떠오르는 생각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놀이였다.

닐의 친구 중에 애디 노턴이라고 하는 머리가 하얀 여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 여자가 지니에게 "이런 말을 하기는 싫지만, 당신을 볼 때면 내숭쟁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라고 말했다.

그때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규칙상 대답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머릿속으로 그녀는 "말하기 싫다는 그런 소린 왜 하죠?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긴 싫지만이라고 할 때는 사실 그 말이 너무 하고 싶단 소리란 걸 당신도 알지 않나요? 최소한 서로 정직해야 뭔가를 시작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거기 앉아서 사람들이 자신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 맞는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소심하지도 순응적이지도, 자연스럽거나 순수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내가 죽고 나면, 그런 식의 잘못된 평가들만이 남게 되겠지.

#미움우정구애사랑결혼 중 #물위의다리, #앨리스먼로
#HateshipFriendshipCourtshipLoveshipMarriage by #AliceMun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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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절필을 선언한, 북미 최고의 단편 작가라는 소리를 듣는 앨리스 먼로가 쓴 9개의 단편 모음집. 이 시대의 체홉이라느니 노벨상 수상작가라느니 하는 수식어보다 아름다운 표지와 범상치 않은 제목이 인상적이에요.

그래서 제목의 의미와 단어의 순서를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오히려 너무 단순해서 맥이 빠질 지경이었다는 게 반전입니다. 스릴러도 아닌데 소설마다 나름의 반전이 있어요. 뭐 그렇더라도 체홉 운운하는 평가는 과하다고 여겨집니다만.

이런 저런 수식어 다 빼고 보면 읽어봄직 한 책이지만, 수식어를 의식하고 보면 너무 소소한 이야기들에 실망할 지도 몰라요. 제가 그랬거든요. 아름다운 표지가 아쉬운 마음을 상쇄시키고도 남지만요.

인용구도 그렇고 제 멋대로 기대해놓고 실망한 저도 그렇고 알기도 전에 '판단'해버리는 게 참 문제네요.

#korean #instabook #bookstagram #book #reading #booknerd #booklover #ilovebooks #ilovereading #bookworm #bibliophile #onthetable #coffeegram #coffee #coffeelover #currentlyreading #bookish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 #독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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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의 빛 • 나는 예감 같은 건 믿지 않지만, 무신론에 대한 믿음 또한 오래전에 잃어버렸다. "난 더 이상 그런 걸 믿지 않아"라는 언급은 여전히 사실이지만, 한편 그 이상 기만적인 것도 없다. ㆍㆍㆍ 세상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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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의 빛 • 나는 예감 같은 건 믿지 않지만, 무신론에 대한 믿음 또한 오래전에 잃어버렸다. "난 더 이상 그런 걸 믿지 않아"라는 언급은 여전히 사실이지만, 한편 그 이상 기만적인 것도 없다. ㆍㆍㆍ 세상엔 잘못 만난 사람들이 있어. 그뿐이야.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 외로워서 죽을 지경인데 어떻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겠어. 누군가를 만나면 그의 본모습을 보는 대신 그를 흥미로운 인물로 만들려고 애쓰지. 그를 멋있게 보려고 두 눈을 감는 거야. ㆍㆍㆍ 아무리 노력해도 삶을 이해할 수가 없는데 나에게 '이성'을 잃지 말라고 할 수 있겠소? 진실이라고 ... • 여자의 빛 •

나는 예감 같은 건 믿지 않지만, 무신론에 대한 믿음 또한 오래전에 잃어버렸다. "난 더 이상 그런 걸 믿지 않아"라는 언급은 여전히 사실이지만, 한편 그 이상 기만적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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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잘못 만난 사람들이 있어. 그뿐이야.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 외로워서 죽을 지경인데 어떻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겠어. 누군가를 만나면 그의 본모습을 보는 대신 그를 흥미로운 인물로 만들려고 애쓰지. 그를 멋있게 보려고 두 눈을 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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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력해도 삶을 이해할 수가 없는데 나에게 '이성'을 잃지 말라고 할 수 있겠소? 진실이라고 해서 모두 받아들일 만한 건 아니오. 진실에는 난방장치가 없어서 진실 속에서 사람들이 얼어 죽는 경우가 종종 있다오.

#여자의빛, #로맹가리
#ClairDeFemme by #Romain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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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쪽 남짓한 얇은 소설임에도 간직하고픈 문장이 너무나도 많아 전부 체크하다보면 책이 너덜너덜해질테니 읽을 때 주의할 것.

주인공 미셸 폴랭과 한번도 제대로 등장하진 않지만 엄청 멋질 것 같은 그의 여자 야니크가 말한 '여자의 빛'에 대해 계속 곱씹게 됩니다. 10년 뒤에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seoul #instabook #bookstagram #book #reading #booknerd #booklover #ilovebooks #ilovereading #bookworm #bibliophile #onthetable #coffeegram #coffee #coffeelover #currentlyreading #bookish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 #독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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