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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2bam 여태현 @van2bam 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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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사람을 오래 만났다. 맞은편에 앉아 있을 때 보이는 굽은 어깨와 정수리. 윤은 평생 보지 못할 윤의 정수리를 사랑하는 일을 기꺼운 마음으로 했다. 가지런한 옷매무새와 글, 손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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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사람을 오래 만났다. 맞은편에 앉아 있을 때 보이는 굽은 어깨와 정수리. 윤은 평생 보지 못할 윤의 정수리를 사랑하는 일을 기꺼운 마음으로 했다. 가지런한 옷매무새와 글, 손톱, 팔꿈치, 무릎과는 다르게 그녀의 정수리에는 늘 몇 가닥 머리칼이 뻗혀있었다. 그 유일한 흐트러짐은 오로지 나만 아는 것이었다. 그곳에 입김을 불어넣거나 크게 숨을 들이키는 이유는 그녀가 가진 유일한 흐트러짐을 통해 교감하고 싶은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지난주에는 ‘오사카’라고 적힌 검정색의 비니를 선물했다. 그녀가 가진 흐트러짐을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글을 쓰는 사람을 오래 만났다. 맞은편에 앉아 있을 때 보이는 굽은 어깨와 정수리. 윤은 평생 보지 못할 윤의 정수리를 사랑하는 일을 기꺼운 마음으로 했다. 가지런한 옷매무새와 글, 손톱, 팔꿈치, 무릎과는 다르게 그녀의 정수리에는 늘 몇 가닥 머리칼이 뻗혀있었다. 그 유일한 흐트러짐은 오로지 나만 아는 것이었다. 그곳에 입김을 불어넣거나 크게 숨을 들이키는 이유는 그녀가 가진 유일한 흐트러짐을 통해 교감하고 싶은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지난주에는 ‘오사카’라고 적힌 검정색의 비니를 선물했다. 그녀가 가진 흐트러짐을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썩 마음에 들었는지 윤은 외출할 때 종종 그것을 착용했다. 나만 아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언제고 윤을 기다릴 때 도움이 될 거라고, 지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힘이 될 거라고 막연히도 믿었다. 정수리를 오래 보는 일은 곧 글을 기다리는 일이었다. 어떤 때는 이십분 정도를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고, 또 어떤 때는 두 시간, 세 시간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다. 글을 쓸 때면 윤의 시간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속도로 흘렀다. 혹시나 있을 나의 부주의함으로 그녀의 시간이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므로, 그녀가 내게 정수리를 보일 때면, 늘 숨을 죽이고 핸드폰의 진동을 껐다. 꼭 여행지에서 우연히 마주한, 이국의 어떤 종교에서 행하는 경건한 의식을 바라보듯이 연필과 정수리를 번갈아 보는 일을 질리지도 않고 했다. 딱 그런 느낌이었다. 윤이 글을 쓸 때면 우리 사이에는 테이블이 아니라 우주가 있었다. 시간도 빗겨가는 그곳은 경건한 의식을 통해서만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은 낯선 공간이었다. 뭉툭해진 연필을 묵묵히 깎는 세속적인 행위를 통해서만 그나마 그녀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다 썼어요.”
윤이 연필을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잠시 구르다 멈춘 연필의 끝이 내 쪽을 향해 날카롭게 서있다. 시간을 보니 한 시간쯤 지나있었다. 그녀가 글을 한 편 쓰는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테이블에 올려놓은 우유맛 사탕 두, 세 개를 까먹은 것과 윤의 글을 거꾸로 읽는 것. 말없이 저녁 메뉴를 고르는 것뿐이었다.
“우유맛이 나는 사탕을 커피랑 같이 먹으면 꼭 라떼같은 향이 콧속에서 나요.”
윤이 담담히 말했다. 어느새 사탕 한 개를 입에 집어넣고 식어버린 커피를 마신 모양이다. 커피는 여전히 반 이상 남아있었고 시간은 여덟시를 훌쩍 넘겼다. 저녁을 먹기에도, 먹지 않기에도 애매한 시간. 우린 거의 애매한 시간에 밥을 먹었다. 생활 패턴이 일정하지 않은 탓이다.
“배고프죠?”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꼬막을 먹을 생각이었다.

#글 #글스타그램 #감성 #밤

믿을 수 없겠지만(나도 믿겨지지 않지만) 너와 글을 쓰던 불과 두 달 남짓하던 시간이 내 삶에서 가장 풍족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너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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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몽의 이유는 13일의 금요일에 있다고 했다 제이슨이 나온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영은 나의 생각을 미리 알았다 "제이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하고 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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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몽의 이유는 13일의 금요일에 있다고 했다 제이슨이 나온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영은 나의 생각을 미리 알았다 "제이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하고 입을 뗀 것이다 영은 곧바로 "안좋은 기운은 때때로 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입고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안좋은 기운'과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파생될 악몽들을 떠올렸다 주로 영이 나오는. ⠀ #메모 #13일의금요일 #글 #글스타그램 ⠀ 13일의 금요일,, 나는 워크샵에 간다,,
악몽의 이유는 13일의 금요일에 있다고 했다 제이슨이 나온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영은 나의 생각을 미리 알았다 "제이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하고 입을 뗀 것이다 영은 곧바로 "안좋은 기운은 때때로 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입고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안좋은 기운'과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파생될 악몽들을 떠올렸다 주로 영이 나오는.

#메모 #13일의금요일 #글 #글스타그램

13일의 금요일,, 나는 워크샵에 간다,,
⠀ 영은 내게 병적으로 글을 쓴다고 말했다 아마도 핀잔이 섞여 있었다 나는 끝내 연필을 놓지 않고, 그렇다면 아마 병들수록 좋을 거라고 대답했다 떨어질 때마다 저런 글 하나씩 쓰면 그것도 나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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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은 내게 병적으로 글을 쓴다고 말했다 아마도 핀잔이 섞여 있었다 나는 끝내 연필을 놓지 않고, 그렇다면 아마 병들수록 좋을 거라고 대답했다 떨어질 때마다 저런 글 하나씩 쓰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삶이라고 생각해. 이미 앓고 있었다 중증, 혹은 말기. 밥을 먹으면서도 술을 마시면서도 심지어는 잠을 잘때도 나는 무언가를 적었다 사실은 더 아프고 싶었고, 실제로도 꽤 아프려 노력하고 살았다 일종의 감정적 자해행위였다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 기분이 글 쓰는 내내 들었다 적고 싶은 것들은 끊임없이 생겼고, 나는 잠을 자야만했으므로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적기로 다짐했다 ...
영은 내게 병적으로 글을 쓴다고 말했다 아마도 핀잔이 섞여 있었다 나는 끝내 연필을 놓지 않고, 그렇다면 아마 병들수록 좋을 거라고 대답했다 떨어질 때마다 저런 글 하나씩 쓰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삶이라고 생각해. 이미 앓고 있었다 중증, 혹은 말기. 밥을 먹으면서도 술을 마시면서도 심지어는 잠을 잘때도 나는 무언가를 적었다 사실은 더 아프고 싶었고, 실제로도 꽤 아프려 노력하고 살았다 일종의 감정적 자해행위였다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 기분이 글 쓰는 내내 들었다 적고 싶은 것들은 끊임없이 생겼고, 나는 잠을 자야만했으므로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적기로 다짐했다 병이면 어때. 하는 생각이 이미 병의 증상이었다 나는 날마다 앓았다 앓을수록 알아가는 것이 많았다 가질 수 없는 것은 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앎이었다

#글 #글스타그램

불치의 병
2,300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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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훈씨 결혼한다더라." ⠀ ⠀수화기 너머로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지나치게 차분해서 오히려 이상하게 들릴 정도였다. 이제와 '괜찮냐'고 묻기도 뭐해서 나는 대답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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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훈씨 결혼한다더라." ⠀ ⠀수화기 너머로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지나치게 차분해서 오히려 이상하게 들릴 정도였다. 이제와 '괜찮냐'고 묻기도 뭐해서 나는 대답없이 있었다. 그녀도 딱히 입을 열지 않았으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참을 말없이 있어야 했다. 다른 속도로 스며나오는 날숨의 불협화음을 고요 속에 들으면서. 어쩌면 내게 어떤 반응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굳이 새벽 한 시에 전화해 이런 소식을 전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물론 더이상 그럴 사이도 아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
⠀"정훈씨 결혼한다더라."

⠀수화기 너머로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지나치게 차분해서 오히려 이상하게 들릴 정도였다. 이제와 '괜찮냐'고 묻기도 뭐해서 나는 대답없이 있었다. 그녀도 딱히 입을 열지 않았으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참을 말없이 있어야 했다. 다른 속도로 스며나오는 날숨의 불협화음을 고요 속에 들으면서. 어쩌면 내게 어떤 반응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굳이 새벽 한 시에 전화해 이런 소식을 전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물론 더이상 그럴 사이도 아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내게 바라는 것이 우리의 재결합이든지, 나를 버리고 떠나더니 똑같은 꼴 당했네 하고 비웃어주길 바라는 거든지 상관 없었다. 나 피곤해. 침묵을 견디지 못한 것은 나였다. 아니, 견딜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먼저 받아 들인 거겠지. 아마 그녀도 거의 한계까지 참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침묵이 달갑지 않은 사이가 된 것이다. 우리는.

#메모 #글 #글스타그램 #도시락

그냥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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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 나는 잊어버리고 살던 사람들을 통해 깨달았다 한때 잊어버렸던 사람은 잠시 떠올라 수면 위로 코를 내밀고 숨 같은 방울 몇 개 만들고는 다시 침전했다 그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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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 나는 잊어버리고 살던 사람들을 통해 깨달았다 한때 잊어버렸던 사람은 잠시 떠올라 수면 위로 코를 내밀고 숨 같은 방울 몇 개 만들고는 다시 침전했다 그것은 죽지 않고 살아서 언젠가 다시 떠오르기 위한 숨이다 살아남겠다는 의지다 일종의 발버둥이다. 나의 잔상도 어딘가에서 그렇게 수면 위로 코를 내밀고 간신히 공기방울 몇 개 터뜨리고 살까 예를 들면 네 안에서? ⠀ #메모 #글 #글스타그램 ⠀ 보글보글
사람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 나는 잊어버리고 살던 사람들을 통해 깨달았다 한때 잊어버렸던 사람은 잠시 떠올라 수면 위로 코를 내밀고 숨 같은 방울 몇 개 만들고는 다시 침전했다 그것은 죽지 않고 살아서 언젠가 다시 떠오르기 위한 숨이다 살아남겠다는 의지다 일종의 발버둥이다. 나의 잔상도 어딘가에서 그렇게 수면 위로 코를 내밀고 간신히 공기방울 몇 개 터뜨리고 살까 예를 들면 네 안에서?

#메모 #글 #글스타그램

보글보글
⠀ 다정함에도 철이 있다는 사실. 잘 모르고 살았다 상온에 보관하면 일찍 상한다는 사실과 유통기한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마찬가지고. 나의 다정함은 오래 방치된 채로 있었다 다 네 탓이다 네 탓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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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함에도 철이 있다는 사실. 잘 모르고 살았다 상온에 보관하면 일찍 상한다는 사실과 유통기한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마찬가지고. 나의 다정함은 오래 방치된 채로 있었다 다 네 탓이다 네 탓이란 말이다 오늘은 악취가 나고 형체 없이 뭉개진 다정함을 쓰레기통에 넣을 작정이다 조금 울다가 또 점심을 먹을테지 ⠀ #글 #글스타그램 #카바레마키아토 ⠀ 네 탓이다
다정함에도 철이 있다는 사실. 잘 모르고 살았다 상온에 보관하면 일찍 상한다는 사실과 유통기한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마찬가지고. 나의 다정함은 오래 방치된 채로 있었다 다 네 탓이다 네 탓이란 말이다 오늘은 악취가 나고 형체 없이 뭉개진 다정함을 쓰레기통에 넣을 작정이다 조금 울다가 또 점심을 먹을테지

#글 #글스타그램 #카바레마키아토

네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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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삶을 할퀴고 간 상처들을 털어 놓으면서 누구의 것이 더 깊고 짙은 흔적을 남겼는지 따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관계였다 우리는. 나는 그것을 이해라고 불렀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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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삶을 할퀴고 간 상처들을 털어 놓으면서 누구의 것이 더 깊고 짙은 흔적을 남겼는지 따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관계였다 우리는. 나는 그것을 이해라고 불렀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행위는 언제나 앞에 '감히'라는 성을 단다 우리는 감히 서로를 이해하려 했다 실제로 꽤 많은 부분을 이해하기도 했고. 눈동자 속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간밤에 내린 비처럼 웅덩이 몇 개는 가지고 있을 감정을 밤새 나눈다 사랑이었다 ⠀ #메모 #글 #글스타그램 #감성 #밤 ⠀ 요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인스타용 글은 쓸 시간이 안난다
각자의 삶을 할퀴고 간 상처들을 털어 놓으면서 누구의 것이 더 깊고 짙은 흔적을 남겼는지 따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관계였다 우리는. 나는 그것을 이해라고 불렀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행위는 언제나 앞에 '감히'라는 성을 단다 우리는 감히 서로를 이해하려 했다 실제로 꽤 많은 부분을 이해하기도 했고. 눈동자 속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간밤에 내린 비처럼 웅덩이 몇 개는 가지고 있을 감정을 밤새 나눈다 사랑이었다

#메모 #글 #글스타그램 #감성 #밤

요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인스타용 글은 쓸 시간이 안난다
⠀ 원인불명의 두통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그녀가 가진 몇 가지 문제들. 그러니까, 뇌하수체에 있는 종양 외에 우울이나 삶 같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떠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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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불명의 두통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그녀가 가진 몇 가지 문제들. 그러니까, 뇌하수체에 있는 종양 외에 우울이나 삶 같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떠올렸다. 나는 우울이 병이 되는 이유를 안다. 적절히 발산할 곳을 찾지 못한 탓이다. 같은 이유로 앓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예술가와 뮤즈와 불안정한 사람의 공통점을 우울이라고 적었다. 불안정한 사람과 뮤즈와 예술가의 모호한 경계에 서서 그녀를 본다. ⠀ 두통약을 달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적는 것만이 삶의 유일한 가치인 듯이. 결과물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무작정 적고 ...
원인불명의 두통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그녀가 가진 몇 가지 문제들. 그러니까, 뇌하수체에 있는 종양 외에 우울이나 삶 같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떠올렸다. 나는 우울이 병이 되는 이유를 안다. 적절히 발산할 곳을 찾지 못한 탓이다. 같은 이유로 앓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예술가와 뮤즈와 불안정한 사람의 공통점을 우울이라고 적었다. 불안정한 사람과 뮤즈와 예술가의 모호한 경계에 서서 그녀를 본다.

두통약을 달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적는 것만이 삶의 유일한 가치인 듯이. 결과물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무작정 적고 또 적던 날들. 두통약이 가득 들어있는 동그란 원통을 자켓 안주머니에 넣어두고 일정한 주기로 어루만지는 것은 내가 가진 몇 개의 어리석은 버릇 중 하나였다. 그것은 안정감이었다. 밤바다를 항해하는 사람이 바라보는 등대의 불빛같은. 언제고 나의 삶을 구원해줄 거라고 믿는 그런 종류의 안정감. 그녀는 내일 해가 뜨는 대로 병원에 갈 거라고 했지만 차트에는 여전히 '원인불명의 두통'이라고 적힐 것을 안다. 그녀가 가진 고질적인 두통과 우울에는 이유가 없다.

#메모 #글 #글스타그램

퇴고 전의 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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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에 이런 눈이라니. 퍽이나 소란스런 4월이라고 생각했다. 꽃샘추위나 봄비에 으레 떨어지기 마련이던 이른 벚꽃도 올해는 어쩐일인지 몽우리를 단단히 붙잡고. 흩날리는 꽃잎보다 붙어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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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에 이런 눈이라니. 퍽이나 소란스런 4월이라고 생각했다. 꽃샘추위나 봄비에 으레 떨어지기 마련이던 이른 벚꽃도 올해는 어쩐일인지 몽우리를 단단히 붙잡고. 흩날리는 꽃잎보다 붙어있는 꽃잎이 더 많은 계절을 살았다. 단단하게 만개한 벚꽃을 본다. 이 여린잎이 지난 밤 혹독했던 추위와 제 살보다 시린 눈을 묵묵히 견뎌냈다는 사실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손을 뻗어 가장 아랫가지에 피어 있는 꽃잎을 조심스레 만진다. 봄이 가지고 있을 생명 같은 에너지가 잎의 모양을 따라 세상으로 스며나오고 있었다. 밤새 흩날린 눈은 이미 흔적도 없다. 겨울의 혹독함은 결코 봄의 바람이 ...
4월에 이런 눈이라니. 퍽이나 소란스런 4월이라고 생각했다. 꽃샘추위나 봄비에 으레 떨어지기 마련이던 이른 벚꽃도 올해는 어쩐일인지 몽우리를 단단히 붙잡고. 흩날리는 꽃잎보다 붙어있는 꽃잎이 더 많은 계절을 살았다. 단단하게 만개한 벚꽃을 본다. 이 여린잎이 지난 밤 혹독했던 추위와 제 살보다 시린 눈을 묵묵히 견뎌냈다는 사실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손을 뻗어 가장 아랫가지에 피어 있는 꽃잎을 조심스레 만진다. 봄이 가지고 있을 생명 같은 에너지가 잎의 모양을 따라 세상으로 스며나오고 있었다. 밤새 흩날린 눈은 이미 흔적도 없다. 겨울의 혹독함은 결코 봄의 바람이 품은 그 생명의 숨결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그녀는 내 옆에서 가만히 벚꽃을 보다가 '아 자연의 섭리란.' 했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메모 #글 #글스타그램

4월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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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쓰는 사람은 몸 어딘가에 계곡 같은 굴곡을 가지기 마련이라는 말 나는 믿었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다나 정상(頂上)과 바닥의 거리가 멀수록 오래 곤두박질 치는 것은 과학적 근거에 기인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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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쓰는 사람은 몸 어딘가에 계곡 같은 굴곡을 가지기 마련이라는 말 나는 믿었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다나 정상(頂上)과 바닥의 거리가 멀수록 오래 곤두박질 치는 것은 과학적 근거에 기인한 사실이다 바닥이 가까워질수록 비정상(非頂上)이 되는 것도 역시 과학적 근거에 기인한 사실. 그러나 아가 우리는 알아야 한다 비정상(非正常)의 추락에는 끝이 없단다 ⠀ #글 #글스타그램 #시
시를 쓰는 사람은 몸 어딘가에 계곡 같은 굴곡을 가지기 마련이라는 말 나는 믿었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다나 정상(頂上)과 바닥의 거리가 멀수록 오래 곤두박질 치는 것은 과학적 근거에 기인한 사실이다 바닥이 가까워질수록 비정상(非頂上)이 되는 것도 역시 과학적 근거에 기인한 사실. 그러나 아가 우리는 알아야 한다 비정상(非正常)의 추락에는 끝이 없단다

#글 #글스타그램 #시
⠀ 몇 년 전인가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 드라마를 촬영했던 곳이라고. 여자 주인공이 찻길 건너편에 있는 남자 주인공에게 소리를 지르던 장면이었다고. 까만 원피스를 입은 수가 말했다. 어째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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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인가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 드라마를 촬영했던 곳이라고. 여자 주인공이 찻길 건너편에 있는 남자 주인공에게 소리를 지르던 장면이었다고. 까만 원피스를 입은 수가 말했다. 어째선지 그때의 수는 주인공들의 절절한 대사보다 배경에 더 눈이 갔단다. 해서 표지판이 나올 때 일시정지를 눌러서 주소를 알아냈고 그것이 오늘 나와 경복궁 옆 골목길을 걷고 있는 이유라고 했다. 그녀의 눈은 표지판을 쫓다가 찻길을 향했다가 했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애써 떠올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 장소에 도착하고 나자 우린 여러갈래 앞에서 길을 잃은 ...
몇 년 전인가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 드라마를 촬영했던 곳이라고. 여자 주인공이 찻길 건너편에 있는 남자 주인공에게 소리를 지르던 장면이었다고. 까만 원피스를 입은 수가 말했다. 어째선지 그때의 수는 주인공들의 절절한 대사보다 배경에 더 눈이 갔단다. 해서 표지판이 나올 때 일시정지를 눌러서 주소를 알아냈고 그것이 오늘 나와 경복궁 옆 골목길을 걷고 있는 이유라고 했다. 그녀의 눈은 표지판을 쫓다가 찻길을 향했다가 했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애써 떠올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 장소에 도착하고 나자 우린 여러갈래 앞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다음은 어디로 가야할지 쉽게 정하지 못했다.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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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온전히 사랑이라고 불리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흔들림이 내게 있었는지 혹시 아십니까 말 끝마다 내 말 이해할 수 있어요?하고 되묻는 버릇 오랜 과거의 나 같아서 경복궁 옆 길 걸으며 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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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온전히 사랑이라고 불리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흔들림이 내게 있었는지 혹시 아십니까 말 끝마다 내 말 이해할 수 있어요?하고 되묻는 버릇 오랜 과거의 나 같아서 경복궁 옆 길 걸으며 했던 시간의 불연속성 따위의 말들을 가만히 떠올렸다 오늘 죽어 어제 태어날 수 있다면. 하고 바라는 일 말이다 ⠀ #글 #글스타그램 ⠀
사랑이 온전히 사랑이라고 불리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흔들림이 내게 있었는지 혹시 아십니까 말 끝마다 내 말 이해할 수 있어요?하고 되묻는 버릇 오랜 과거의 나 같아서 경복궁 옆 길 걸으며 했던 시간의 불연속성 따위의 말들을 가만히 떠올렸다 오늘 죽어 어제 태어날 수 있다면. 하고 바라는 일 말이다

#글 #글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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